어지러운 하루 끝, 마음의 평온를 부르며 나를 다독이는 15분의 정돈 시간: 스트레스 해소법(essay)
Last Updated on 2026년 09월 01일 by 위토리즈
책상 위에 이리저리 흩어진 영수증과 다 읽지 못한 책들, 그리고 언제 마셨는지 모를 반쯤 남은 머그잔의 커피 자국을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창밖으로는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방 안을 붉은빛으로 길게 물들이고 있는데, 정돈되지 않은 이 작은 공간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헝클어진 제 마음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루 종일 무언가에 쫓기듯 종종걸음을 쳤지만 정작 손에 쥐어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은 허탈감이 밀려올 때면, 저는 늘 그렇듯 무작정 서랍을 열고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거창한 대청소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눈앞에 놓인 작은 면적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통제하고 가지런히 맞추고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은 무언의 본능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손끝에 닿는 종이들의 질감을 하나하나 느끼며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분류하다 보면, 복잡하게 엉켜있던 머릿속의 상념들도 덩달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쓰임을 다한 낡은 영수증들을 가차 없이 휴지통에 던져 넣는 순간에는 묘한 해방감마저 스쳐 지나가고,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물건들의 먼지를 조심스레 닦아낼 때면 잊고 지냈던 일상의 작은 흔적들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청소가 단순히 공간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노동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이 고요한 정돈의 시간은 밖으로만 향해 있던 시선을 온전히 내면으로 거두어들이는 조용한 의식과도 같습니다. 바깥세상의 소음과 속도에 휩쓸려 내 마음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 같을 때, 눈앞의 사물들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하는 이 단순한 행위가 묘하게도 어긋난 마음의 궤도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 주네요.
언젠가 지나치듯 읽었던 글에서, 우리 뇌는 시각적인 무질서 상태에 노출될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늘려 무의식적인 피로감을 유발한다고 본 기억이 납니다. 반대로 주변을 정리하고 통제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동은 뇌에 안정감을 주고 성취감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만들어, 스스로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심리적 통제감을 회복시켜 준다고 해요. 꼭 그런 과학적인 원리가 아니더라도, 흐트러진 볼펜들을 크기별로 나란히 눕히고 뽀얗게 쌓인 먼지를 젖은 수건으로 닦아내는 사이 어느새 가빠졌던 호흡이 차분해지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됩니다. 엉클어진 이어폰 줄을 찬찬히 풀어내듯, 물건을 정리하는 동안 제 안의 복잡했던 감정선들도 서서히 한 올씩 풀려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과 무기력의 상당 부분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대한 세상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뜻대로 바꿀 수 없는 타인의 마음이나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의 일들에 전전긍긍하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지금 당장 내 손이 닿는 책상 모서리와 비뚤어진 서랍장을 반듯하게 맞추는 일에 집중해 봅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비워낸 자리에는 새로운 여백이 생겨나고, 그 여백은 다시 내일을 살아갈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듯합니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어떤 비바람에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일상의 중심을 세우는 일과 맞닿아 있는 듯싶네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채우는 일에만 급급하여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은 이렇게 멈춰 서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것 같습니다. 먼지를 털어내고 윤기를 더하는 손길 끝에서,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내 마음의 그늘진 구석구석에도 따뜻한 볕이 스며드는 것을 느낍니다.
창밖은 어느새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아 짙은 푸른빛을 띠고 있고, 깨끗하게 비워진 책상 위에는 자그마한 스탠드 조명만이 은은하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비로소 내 마음의 공간도 조금은 넓어지고 환해진 것 같아 가만히 책상 위를 쓰다듬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쉼 없이 흔들리고 치였지만, 이 작은 정돈의 시간 덕분에 내일은 조금 더 차분한 걸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텅 빈 공간 위에 가만히 내려앉은 고요함이, 참으로 달고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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