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뻑뻑해진 눈 온기와 기운을 주는 습관

건조하고 뻑뻑해진 눈을 달래는 3분의 온기와 기운을 주는 작은 습관(essay)

Last Updated on 2026년 09월 10일 by 위토리즈

오늘도 퇴근후 언제나 그렇듯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써 봅니다. 모니터의 차가운 백색광이 망막을 찌르듯 파고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 안의 공기는 어딘가 무겁고 끈적하게 가라앉는 듯합니다. 깜빡임을 잊은 채 커서의 움직임과 텍스트의 나열에만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뿌옇게 흐려지는 때가 오지요. 슬픔이나 감동과는 전혀 무관한, 오직 뻑뻑하게 말라버린 안구의 표면을 어떻게든 보호해 보려는 몸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로 한 방울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볼을 타고 흐르는 그 미지근한 물기를 손등으로 닦아내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네모나고 좁은 빛의 창에 제 자신을 가두어 두고 있었는지 자각하게 되네요. 눈이 뻑뻑할 대로 뻑뻑해져서 둔탁한 통증을 호소할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운 나약한 완벽주의, 혹은 미련한 고집이 낳은 결과물인가 봅니다.

눈두덩을 짓누르는 뻐근함에 더는 버틸 재간이 없어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비좁은 방을 벗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기면, 27인치의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저의 세계가 순식간에 머리 위로 아득하게 펼쳐진 하늘과 저 멀리 굽이치는 능선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것을 느낍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시야가 좁아져 있었던 걸까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치고 있던 풍경들이, 피로한 두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냅니다. 서늘하고 맑은 바깥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갈 때, 저는 습관처럼 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빠르게 비비기 시작합니다. 살갗과 살갗이 맞닿아 빚어내는 마찰음이 귓가에 사각사각 울리고, 이내 손바닥 한가운데서부터 기분 좋은 온기가 피어오릅니다. 조금 전까지 차가운 키보드 위를 맴돌던 손이 스스로의 온도를 높여가는 이 짧은 과정은,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의 속도를 서서히 늦추는 일종의 조용한 의식과도 같습니다.

충분히 따뜻해진 두 손바닥을 오목하게 모아 지그시 감은 두 눈 위에 얹습니다. 시각이 차단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손바닥의 훈훈한 온기가 눈꺼풀을 지나 피로한 안구 깊숙한 곳까지 천천히 스며듭니다. 사실 이 조용한 의식은 아주 오래된 제 기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약 20여 년 전, 단전호흡과 기 수련에 깊이 빠져 5년 정도 수련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배우고 느꼈던 수많은 것들 중 지금까지 제 몸이 기억하는 한 가지가 바로, 두 손바닥을 비벼 만든 열기와 기운으로 지친 눈을 달래주는 이 수련법이었습니다. 그저 손에서 피어오른 맑은 기운을 전해주는 것이라 여겼는데, 나중에 눈이 뻑뻑할 때 눈 피로 푸는 법을 찾아보니 이게 꽤나 과학적인 원리를 품고 있더군요. 따뜻한 체온으로 눈 주위를 덮어주면 미세한 혈관이 확장되고 긴장한 근육이 이완될 뿐만 아니라, 막혀 있던 마이봄선1의 기름 분비까지 원활해져 눈물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는 훌륭한 눈 온찜질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20년 전 수련의 일환으로 배웠던 그 기운의 전달이, 실은 제 몸을 지키는 가장 다정하고 과학적인 자기 치유의 과정이었던 셈이지요.

눈을 감은 채로 그 어둡고 따뜻한 공간 속에서 안구를 천천히 굴려봅니다. 위로, 아래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삐걱거리는 낡은 기계 부품에 부드러운 윤활유를 칠하듯 아주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려줍니다. 좁은 모니터의 한 점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잔뜩 수축해 있던 근육들이 손바닥의 온기와 어우러져 비로소 팽팽한 끈을 탁 풀어놓는 듯한 해방감이 밀려옵니다. 어쩌면 우리는 눈앞의 작은 성취를 좇느라, 정작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맑은 창을 스스로 탁하게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 지나가며 자연의 부드러운 숨결을 전해줍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체온과 거대한 자연이 내어주는 공기가 만나, 뾰족하게 날이 서 있던 제 안의 감각들을 둥글고 부드럽게 다듬어주는 기분이 듭니다.

가만히 손을 떼어내고 천천히 눈을 뜹니다. 아주 잠깐 세상이 젖은 유리창 너머처럼 흐릿하게 번지다가, 이내 본래의 선명한 색채와 깊이를 되찾습니다. 저 멀리 아스라하게 겹쳐 있는 산등성이의 초록빛이, 머리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의 가장자리가 아까보다 훨씬 또렷하게 망막에 맺히네요. 모니터 앞의 좁은 세계에만 갇혀 있던 시야와 마음이, 먼 곳의 풍경을 온전히 담아내며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무언가에 지독하게 몰두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화면 밖의 세상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내 손의 온기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쉼표가 있어야만 우리는 다시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나 봅니다.


  1. 마이봄선(Meibomian gland)
    속눈썹이 자라는 눈꺼풀 안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미세한 기름샘입니다. 이곳에서 분비된 맑은 기름은 눈물 표면을 얇게 코팅해 수분이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요. 만약 미세먼지나 노폐물 등으로 이 통로가 막히면 질 좋은 기름이 배출되지 못해 뻑뻑한 안구건조증이나 다래끼의 원인이 됩니다. 평소 눈이 자주 건조하다면 따뜻한 수건으로 온찜질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막힌 기름샘을 원활하게 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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